중국촨메이대학교 첸중리 학생이 ‘광명 극장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명(빛) 극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광명 극장에서는 안대를 껴도 볼 수 있는 영화가 상영된다. 스크린 앞에 앉아 영화를 들으면 등장인물의 목소리, 영화 음악, 배경 소음뿐만 아니라 해설자가 장면, 동작, 시각적 효과를 설명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음성 해설 영화다. 시각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영화 관람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광명 극장의 자원봉사자들이 제작했다. 광명 극장에서는 시각 장애인이 어떻게 영화를 관람하는지 배울 수 있다.
광명 극장의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영화 제작 프로젝트는 베이징의 중국촨메이대학교(CUC)가 2017년에 시작한 프로젝트다. 늘어나고 있는 시각 장애인의 문화적 욕구 및 접근성을 충족하기 위함이다. 광명 극장의 모든 활동은 CUC의 교수, 학부생, 대학원생 등 자원봉사자를 통해 이뤄진다. 학교에 마련된 녹음 공간에서 자원봉사자들은 영화의 장면을 보면서 자신의 감정과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조절한다. CUC 탐방이 있었던 지난 5월 25일, 짧은 장면을 녹음하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적절한 순간에, 명확한 발음으로, 극에 맞는 감정을 담아 실수 없이 녹음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실제로 간단한 문장도 네다섯 번 반복해 녹음해야 한다. 한 편의 영화를 설명하고 더빙하는 데에는 보통 두세 달이 걸린다고 한다. 특히 CUC 첸중뤼 학생은 “더빙도 중요하지만, 대본 제작 과정 역시 중요하다”며 보통 대본을 제작하는 데에는 최소 일주일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영화이기에 대본에는 빨강, 파랑 등 색과 관련한 단어를 지양하고 새롭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야 한다. 또한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기에 가장 중요한 설명이 무엇인지 선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한국에도 비슷한 취지의 단체가 있다. 영광 시각 장애인 모바일 점자 도서관이다. 세계 최초의 시각 장애인 모바일 도서관으로 시각 장애인에게 독서 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원봉사자가 도서를 전자파일로 타이핑하면 시각 장애인들은 스크린 리더(screen-reader, 화면에 나오는 글자를 소리로 바꿔주는 프로그램)를 이용해 독서한다. 최근에는 책 이외에도 교육 강좌, 방송 해설 등 다양한 뉴미디어 플랫폼을 시각 장애인을 위한 해설로 제작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시각 장애인 IT 기기 사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시각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처럼 컴퓨터, 핸드폰 등 여러 IT 기기를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CUC의 녹음 공간 한 편에는 특별한 편지가 액자에 담겨 있는데 베이징 맹학교의 한 소녀가 광명 극장에게 쓴 점자 편지다. 학생들은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빛이며, 당신은 우리의 빛입니다”라고 적혀 있는 편지가 광명 극장의 취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자 그들의 모토라고 소개했다.
광명 극장은 매년 104편의 해설 영화를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 해가 52주니 시각 장애인에게 매주 최소 두 편의 영화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명 극장의 영화는 전국 31개의 성, 시, 자치구 및 마카오 특별행정지구에 제공된다. 또한 2,244개의 모든 특수 교육 학교에도 배포하고 있다. 특히 베이징 차오양 지구에 마련된 광명 극장에서 자선 상영회를 개최한다. 현재까지 500회 이상의 자선 상영회를 개최해 50만 명 이상의 시각 장애인 관객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였다.
중국과 한국 등에서 진행되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프로젝트는 모두가 같은 것을 내포하는 데 의의가 있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촉진하고, 사람중심의 가치를 실현한다.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를 향해 중국과 한국 모두 정진하고 있다.
글: 중일한 Z세대 미디어 스터디투어 참가자 류현주(한국)